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치가 있다! 떠나라, 오야마로!
가나가와현 서북부, 단자와·오야마 국정공원에 위치한 오야마.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산 정상에 비구름이 덮여 있을 때가 많아 별칭 ‘아메후리야마(비가 내리는 산)’, 또는 이것이 변해 ‘아후리야마’로도 불립니다. 풍작을 기원하는 농민들은 기우제를 올리는 산으로 예로부터 신성시해왔지만, 그 인기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에도 시대의 일이었습니다. 에도 인구가 약 100만 명이던 시대에 그 1/5에 해당하는 약 20만 명이 한 해 동안 오야마를 방문했다고 하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지요.
*고운테이 사다히데 《사가미국 오스미군 오야마데라 절 아후리 신사 진경》 사진 제공: 가나가와현립 역사박물관
도시에서의 접근성도 좋고 등산 초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오야마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미쉐린 그린 가이드’에서 ‘오야마’가 별 1개, ‘오야마 아후리야마 신사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별 2개를 받았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신성시되며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발전시켜온 오야마. 위대한 자연에 둘러싸여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는 여행———오야마로 떠나보시지 않겠습니까?
오야마에는 여러 등산 코스가 있지만, 아후리 신사 시모샤까지 케이블카로 이동한 다음 해발 1,252m의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를 소개하겠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이 ‘로벤 폭포’입니다.
오야마 중턱에 위치한 오야마데라 절(후술 참조)을 창건한 승려 로벤이 입산할 때 수행한 곳으로 전해지는 폭포로, 오야마 순례가 한창 흥했던 에도 시대의 우키요에에는 이곳에서 목욕재계를 하는 순례자의 모습이 종종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로벤 폭포로 가려면, 오다큐 전철 이세하라역 북쪽 출구에서 가나가와 중앙교통버스를 타고 ‘오야마 케이블’ 정류장의 전 정류장인 ‘로벤다키’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붉은 가이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폭포가 있습니다.
폭포의 높이는 약 4m. 오야마강의 하천 개수로 인해 폭포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맑고 차가운 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용머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영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옆에 세워진 가이잔도에는 로벤 승정 42세 때의 상과 《오야마데라 절 유래 그림 두루마리》로 전해지는 전설을 토대로 만든 ‘원숭이가 곤주동자를 안고 있는 상’ 등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오야마 케이블카의 시발역으로 이어지는 ‘고마산도 참배길’은 이쪽에 있습니다. 길옆으로 식당과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지만, 돌아갈 때를 위해 지금은 잠시 보류해두도록 하죠.
약 15분 동안 362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오야마 케이블역에 도착합니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걸어 올라가도 좋지만, 여기서는 무리하지 않고 케이블카를 이용하겠습니다.
오야마 케이블카가 개통된 것은 1931년. 전쟁 당시 철재 공출을 이유로 1944년에 폐지되었지만, 1965년에 재개통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전면 리뉴얼해 뛰어난 승차감과 안전성 향상은 물론,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세련된 차체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아침 9시 첫차부터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성수기에는 추가 운행까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오야마 케이블카 공식 사이트바로가기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블카 뒤쪽으로 경치가 펼쳐지며 차내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평야 끝에서 반짝이는 것은 에노시마가 떠 있는 사가미만.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도중에 위치한 오야마데라역에서 하행 중인 케이블카와 스쳐 지났습니다. 철도 마니아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입니다.
여기서 도중하차도 가능합니다.
약 6분이면 아후리진자역에 도착합니다. 역이 해발 약 700m에 위치하기 때문에 산기슭과는 또 다른 서늘한 산의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후리 신사 시모샤의 배전(拝殿)으로 이어지는 참배길에는 봉납된 석등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석등을 따라가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도중에 있는 광장에는 가게도 많습니다. 소바, 우동, 라면 같은 요깃거리부터 경단,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있지만, 이곳도 참배 후를 위해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시모샤의 배전까지는 108계단을 더 올라야 합니다.
계단을 다 올랐을 즈음 뒤를 돌아보니 아래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비가 갠 후의 맑은 날에는 사가미만에 떠 있는 에노시마와 미우라반도, 보소반도까지 한눈에 내다볼 수 있습니다.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데, 여름 시즌이나 가을의 단풍 라이트업 기간에는 기간 한정으로 케이블카의 ‘야경 운전’을 진행합니다.
오야마 아후리 신사의 창건은 기원전 97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마쿠라 시대 이후는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를 비롯한 무사들에게 숭배를 받았습니다. 오야마 순례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로, 참배길에는 170개의 숙소가 들어섰고 서민 참배객으로 크게 붐볐다고 합니다.
*아후리 신사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
배전 앞에서는 ‘호마목’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된 호마목(복전 200엔)에 소원과 주소, 이름을 쓰고, 불을 피운 화로에 태움으로써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조용히 피어오르는 연기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여러분과 가족의 평화와 건강을 기원해보십시오.
배전 오른쪽에 ‘오야마 명수 입구’라고 쓰여 있습니다. 들어가 보니 배전 지하에서 샘솟는 신성한 물인 ‘신센’을 뜰 수 있는 샘물이 있네요. 신센은 부귀, 장수의 샘물로 알려져 있으며, 오야마의 명주에도 사용되는 명수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물을 뜰 수 있어 등산 중에 수분 보충을 위해 떠 가는 분도 많다고 합니다. 물통이 없는 분을 위해 페트병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배전 왼쪽 안에 위치한 ‘도하이몬’을 지나면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등장한 가파른 계단이 위압감을 주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주제신을 모신 신사의 본사까지는 여기서 1시간 30분 정도를 더 올라야 합니다.
계단을 다 오르면, 그 앞은 바위로 이루어진 등산로가 한없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초보자 수준이라고는 해도 엄연한 ‘등산’이기 때문에 등산화 등의 장비는 필수입니다.
본사가 있는 정상은 ‘28초메’. 정상을 향해 ‘◯초메’라고 쓰인 표지판을 하나씩 세어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갑니다.
8초메 부근에 있는 ‘부부 삼나무’는 좌우 모두 수령이 500~600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오야마에는 이 밖에도 이끼 낀 거목이 많아 마치 예술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사가미만 방향으로 시야가 트인 포인트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넓은 평야를 자세히 바라보면 저 멀리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의 빌딩군이 보입니다. 그 밖에 이즈반도, 오시마가 보이는 포인트도 있으니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올라갑니다.
20초메에 위치한 ‘후지미다이’는 이름 그대로 후지산의 절경 포인트인데, 안타깝게도 이날은 후지산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상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이 움직이며 후지산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쉐린을 만족시킨 전망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시모샤부터 1시간 30분 정도의 등산이었습니다.
일단은 무사히 정상까지 오른 것에 감사하며 아후리 신사 본사를 참배합니다.
정상에는 벤치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가져간 도시락을 푸른 하늘 아래에 펼쳐두고 먹어도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정상에 있는 찻집에서 산채 소바, 돈지루 등의 가벼운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열심히 올라온 보상으로 먹는 따뜻한 국물은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습니다.
하산은 사가미만과 넓게 펼쳐진 간토평야를 바라보면서 걷는 코스입니다.
방문했을 때는 11월 초순. 정상 부근에서는 이미 단풍이 시작되어 푸른 하늘과의 대비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1시간 정도 내려가 ‘미하라시다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요코하마~도심 방면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절경 포인트입니다.
시모샤에서 바로 이곳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어 미하라시다이까지 30분 정도면 올 수 있습니다. 가벼운 운동화 정도의 차림으로도 괜찮으니 오야마의 절경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매점 같은 시설은 없지만,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오면 당일치기 캠프 기분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벤치와 테이블이 많아 하산하는 분은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습니다.
미하라시다이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의 산길이 이어집니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반짝이는 햇빛을 만끽!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때쯤 ‘니주샤’의 작은 사당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 ‘니주노타키 폭포’는 옛날에는 수행자들이 수행을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시모샤까지는 5분 정도 걸립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경치나 차분한 분위기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합니다.
아후리 신사 시모샤로 돌아왔으니 경내에 있는 ‘사료 세키손’에 들러봅니다. 미쉐린의 별을 획득한 절경은 물론, 오야마의 명수로 만든 말차, 커피, 오리지널 디저트 등도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카페입니다.
설계는 건축가 호리베 야스시와 국가 중요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목수 우치다 유키오가 함께했습니다. 좌석, 테이블석, 툇마루, 테라스 카운터로 이어지는 개방감 있는 카페는 어디에 앉아도 오야마의 자연과 바람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어 오래 머무르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콩가루와 팥앙금으로 만든 갈레트, 이세하라의 노포 차 도매상 ‘차카토’의 말차 가루를 뿌린 말차 티라미수 등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후리 신사의 신성한 물로 내린 커피는 마시기만 해도 은혜를 입을 것 같습니다.
《사료 세키손》
[영업시간] 9:30~17:00(케이블카 운행 종료 30분 전까지)
[전화] 0463-94-3628
[휴무] 비정기
*사료 세키손 공식 facebook 바로가기
케이블카로 산 아래로 내려오기 전에 들르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있습니다.
바로 나라의 도다이지 절을 창건한 로벤 승정이 755년에 개산한 ‘오야마데라 절’입니다.
본당은 메이지 시대의 폐불훼석(불교 배척 운동)으로 인해 파괴된 것을 전국 신자들의 기부를 통해 1885년에 재건한 것입니다. 본당 주변에 배치된 조각들의 수준이 상당하여 당시 장인들의 높은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야마데라 절 공식 사이트 바로가기
아후리 신사 시모샤에서 도보로 하산할 경우, ‘오토코자카’의 돌계단을 지나면 오야마데라 절에 들를 수 없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참배길은 단풍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정상보다 해발이 낮기 때문에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나란히 늘어선 불상의 모습이 아름다워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듯했습니다.
오야마 명물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오야마의 명수로 만든 두부입니다. 고마산도 등에 늘어선 찻집, 식당에 다양한 스타일의 두부 요리가 있으니 꼭 한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도후도코로 오가와야’는 참배객을 위한 숙소로 시작한 노포 중 한 곳입니다. 현재는 다양한 두부 요리를 가이세키 스타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깨 두부, 유바 등 대표적인 두부 요리부터 밤, 감, 콩가루 등 제철 재료로 맛을 낸 시라아에, 두유 유도후, 그라탱, 두유로 만든 안닌도후 등 독창적인 요리까지. 모든 요리에서 정성이 느껴지며, 두부 요리의 심오함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주인장은 ‘두부는 심플하니까 다양한 메뉴를 고안해야지’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 심플함을 살린 다채로운 맛의 변화에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계절마다 요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몇 번을 와도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후도코로 오가와야》
[영업시간] 11:30~16:30
[전화] 0463-95-2270
[휴무] 비정기
맛있는 오야마를 즐겼다면 다음은 오야마 기념품입니다. 에도 시대 중기에 시작된 ‘오야마 팽이’를 현재도 계속 만들고 있는 가네코 요시노부 장인의 가게를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오야마 팽이의 특징은 심이 두꺼워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모양과 남색, 빨간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채의 팽이 무늬에 있습니다. 팽이가 ‘잘 돈다’고 해서 ‘인생이 문제없이 돌아간다’, ‘재물운이 돌아간다’ 등 좋은 일과 연관 지어 길조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네코야 지점》
[영업시간] 8:00~17:00
[전화] 0463-95-2262
[휴무] 비정기
*가네코야 지점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조각부터 채색까지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내는 과정은 ‘숙련된 장인 기술’ 그 자체입니다. 시간이 맞으면 가게 앞 공방에서 가네코 장인이 팽이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습니다.
가게 앞에는 지름 12cm의 특대형 팽이부터 3mm 정도의 초소형 팽이까지 약 15종류의 팽이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모두 손수 만들기 때문에 색과 모양의 미묘한 차이를 잘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팽이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MAGCUL의지난 연재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오야마 팽이 외에도 오야마에는 곤약, 와라비모치 등 맛있는 오야마 기념품이 다양합니다. 참배길을 걸으며 기념품을 살펴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오야마 순례의 즐거움입니다.